노무현 대통령의 업무는 밤에도 끝나지 않는다.
때론 새벽에도 노 대통령은 모니터 앞에서 보고된 문서를 검토하고 지시한다.
노 대통령이 이처럼 야심한 시각에도 업무에 열중하고 있다는 것을 파악할 수 있는 건 지난해 11월 내부 문서관리시스템인 `이지원(e知園)`을 가동했기 때문.
업무 진행이 온라인 시스템을 통해 투명하게 공개되기 때문에 노 대통령의
업무스타일도 자연스레 드러났다.
청와대 사람들은 `이지원`의 가장 활발한 유저는 아마도 노 대통령일 것이라고
입을 모은다.
`밤늦도록 키보드 치는 대통령`
윤 태영 청와대 제1부속실장은 21일 `청와대 브리핑`에 기고한 `키보드 치는 대통령`이란 제목의 `국정일기`에서 "참여정부 들어 청와대의 달라진 풍경 중 하나는
밤늦도록 키보드를 치는 대통령"이라며 이같은 사실을 전했다.
`국정일기`에 따르면 노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`이지원` 가동 이후 지난 2월말까지 모두 958건의 온라인 보고를 받았다. 한달 평균 240건 가량을 처리한 셈.
시 간대별로 가장 많이 보고를 처리한 시간대는 밤 11시대. 전체 958건 가운데
약 14%에 해당하는 135건을 처리했다. 이어 밤 10시대에 117건을 처리했고
밤 9시대에 72건, 8시대에 76건을 처리했다.
자정과 새벽 1시대도 각각 51건과 35건으로 적지 않다. 심지어 새벽 6시대에 4건, 새벽 5시대에 1건의 문서를 처리한 기록도 있다. 새벽 2~4시간대에만 문서처리
기록이 없다.
노대통령, 이지원의 가장 활발한 `유저`
그러나 노 대통령이 `올빼미`이기만 한 것도 아니다. 사실 `빨리 일어나는 새(early bird)`이기도 하다.
지난 달 강태영 청와대 업무혁신비서실 비서관은 이지원에 대해 기자들에게 업무보고를 하는 자리에서 이같은 사실을 전한 바 있다.
강 비서관에 따르면 노 대통령은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 가장 먼저 컴퓨터 전원을 켜고 이지원에 접속, 하루 일정을 점검하고 `나의 구상` 난을 통해 떠오르는 생각들을 촘촘히 기록한다. 또 `나의 업무` 난을 통해 각 수석실에서 올라온 보고서의 작성과정과 결과를 점검하고 지시사항을 전달한다.
강 비서관은 노 대통령이 이렇게 이지원을 사용하는 시간은 주중 기준으로 하루 평균 약 4시간. 조찬 전 두 시간과 만찬 후 두 시간을 주로 사용하는 것으로 전했다. 이 시간동안 많게는 30개 정도의 보고서를 읽으며 업무량은 디지털화 이전보다 약 세 배 정도 늘어났다.
그러나 밤에 사용하고 있다는 윤 실장의 `국정일기`를 참조하면 사실 이보다 사용시간은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
노 대통령, 업무 시스템화 `앞장`
노 대통령은 보고에 대해서 정책적 지시사항을 "이렇게 하시라"는 식으로 꼼꼼하게 내리는 편. "잘 보았습니다" 혹은 "자~알 보았습니다"라고 한 마디로 만족감을 표시하기도 하며 "대국민 보고감입니다"하며 공개를 지시하기도 한다.
꾸중과 질책도 물론 있다.
직 설적으로 "정책실장 선에서 적절히 주의바람", "토론과 보고를 다시 합시다"라고 하기도 하며 "부속실, 취지가 없는 문서까지 올리는 것은 좀 심하다. 다음부터는 취지를 요약할 것", "열람하는 데만 30분"과 같이 우회적이지만 신랄하게 지적하기도 한다.
윤 실장은 "키보드 치는 대통령으로부터 살아있는 언어가 나온다"면서 "2.25 국회연설과 3.1절 연설, 공무원들에게 혁신을 강조한 편지, 이헌재 부총리 사퇴와 관련해 쓴 편지 등이 그랬다"고 전했다. 윤 실장은 "앞으로는 글을 더 자주 쓸 예정인 듯하다"고 덧붙였다.
청 와대 사람들은 노 대통령의 이런 `워커홀릭` 성향이 부담스러울 법도 하건만 특별히 부정적인 언급은 하지 않는 편이다. 업무가 디지털화하면서 합리적인 방향으로 가고 있기 때문에 그런 것쯤은 `성장통` 취급하는 것같다.
청 와대 한 관계자는 "이처럼 밤늦도록 일하며 꼼꼼히 업무를 지시하는 대통령의 일거수 일투족이 공개되면 아무래도 긴장감이 조성되는 것이 사실이지만 업무의 시스템화, 합리화가 이뤄지고 있는데 대한 만족감이 더 큰 편"이라고 전했다.
이 관계자는 "온라인 시스템이라는 것이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없애 언제 어디서나 일할 수 있도록 한 것"이라며 "대통령이 밤늦게까지 업무에 열심이라는 것이 공개되는 것이 부담으로 느껴진다기 보다는 그만큼 `시스템화`가 이뤄졌고 이에따라 업무가 효율화, 합리화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"고 언급했다.
또 다른 관계자는 "대통령 이외에도 누가 어떤 업무를 얼마만큼 진행했는지를 확실히 알 수 있다는 것은 업무의 긴장도를 높여 효율화를 촉진한다"면서 "대통령이 이에 앞장서고 있는 것은 바람직한 일"이라고 말했다.
[edaily 김윤경기자]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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